[손더게/최윤화평] 백아절현

伯牙絶絃 백아절현

w.책야미


최윤은 여러 신도를 알고 지냈다. 그것은 그의 성격으로 비추어 보았을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기야 했다. 길영은 조금 객쩍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순순히 인정했다.


내가 잘못 짚었네. 성당 인맥이라는 , 쓸모 있을 때도 있네요.”

너무 오래 신세를  수는 없으니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고  집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형사님은 집을 자주 비우시니, 급한대로 제가 간호하죠.”

그렇다면 안심이지만.”


길영은 허리에 손을 올리며 후우- 한숨을 쉬었다. 길영의 이마에 내려앉은 가을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는 중이었다그들은 병원 2 복도에  있었고, 정원에서 아이들이 쏘다니며 질러대는 목소리가 창을 왕왕 울렸다.


우리 이제 병원에서 그만  벗어나야 되지 않겠냐.  놈이 나오니   놈이 들어가고. 이러다 내가 제명에  살겠다.”


길영이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내뱉은 혼잣말을, 윤은 알아들었다. 평소였다면  말에 희미한 미소라도 지어주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럼  일주일만 여기 의사 선생님한테 공짜로 신세 지는 걸로 알고,  간다.”

부마자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세요?”


 질문에 길영은 우뚝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글쎄. 그냥 감옥 들여보냈다고 말하면, 윤화평  녀석, 깨자마자 시끄럽겠지?”

아무래도 그렇겠죠.”

  귀신새끼들은 빙의자한테 항상 가까이 있는 사람을 죽이라고 하는 거야?”

소중한 사람일수록 기대도 많아지는 법이니까요.”

우리  사람, 무슨 계라도 들어야겠어. 가족을 해치려는 부마자가 나타나면 구마하기 전에 일단 무조건 모여서 심리 치료부터 받는거야.”


 씁쓸한 농담에도 윤은 웃지 못했다. 물론 내뱉은 길영도 웃지 못했다. 그들은 잠시 적막한 복도에  있었다. 정말 간다,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잠깐 복도에 머물렀다가 길영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사라져 간다. 최윤은 주머니에서 십자가를 꺼내 손에 쥐었다. 이런 때일수록 사랑이, 믿음이 필요하다. 그는 복도 벽에 등을 기대 세운  한참 동안 십자가를 쥐고 창밖을 쳐다보았다.


공짜로 치료 받고 입원 수속을 밟은 것만도   바를 모르겠는데, 심지어 1인실이다. 이곳 병원장은  신부와 친했던 신도였다. 불쑥 나타난 최윤이 구마하다 다친 사람이라 말하니 원장은 선뜻 “그렇다면  병실을 혼자 쓰셔야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십여년 ,  신부는  병원장을 구마하다 피를 토했었다. , 그러고보니  때에도 돈은 절대로  받겠다던 병원장과 실랑이를 벌였던 기억이 있다. 윤은 복도 멀리 보이는  신부의 그림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어느새 자신의 손가락이 병실 문고리에 걸려 있었다. 다시 쳐다보니  신부라 생각했던 그림자는 복도에  있는 커다란 괘종시계였다.


병실 안으로 들어서니 그곳은  죽은 공간 같았다. 누워 있는 화평의 앞머리는  젖어 있었다. 윤은 다가가서 곁에  수건을 들어 다시금 그의 이마를 훔쳤다. 위로 쓸어 올리자 반질반질한 이마가 훤히 드러난다. 윤화평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최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십자가를 들어올렸다. 화평의 이마에 십자가가 닿았을 , 그는 숨을 쉬는 것을 잊었다. 붉은 묵주 알알이 손아귀를 빠져나가 화평의 까만 머리칼 사이로 흘러내렸다. 윤화평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도 그럴  있어요.”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최윤은 손을 뒤로 뺐다. 십자가는 화평의 베개 아래로 스르르 흘러내리고 말았다.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들이민 것은 육광이었다.


괜찮아요, 신부님. 나도 정말 그럴  있다니까.”


그는 개량한복 차림에 손에는 펄럭이는 종이 묶음을 들고 있었다. 그가 병실로 들어오자 갑자기  공간은 사람이 사는 공간처럼 바뀌었다.


화평이 이놈이  죽을  했다면서요?”

, 병원 옮기면서 연락을 바로  드려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


육광은 한숨을 쉬며 침대 곁에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다시 보니 그의  손에는 작은 과일 바구니도 들려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손을 떠나 선반 위에 놓이자, 바구니는 생각보다 컸다.


 할애비 걱정시키기 싫다고,  녀석이  비상 연락처로  번호를 하도 외우고 다녀서, 이젠  익숙해졌나 싶어도 매번 이런다니까요. 이놈 몸이 튼튼한  천만 다행이지.”

처음 실려갔던 병원에서는 의사를 바로 구할 수가 없어서, 중간에 이리로 왔습니다.”

 형사님한테 말씀 들었습니다.”


육광은 힘들어 보이는 낯으로 과일 바구니에서  하나를 꺼내 까기 시작했다.  향이 화평의 이마 위에서 살랑살랑 움직였다.


그래도  혼자서 이놈 뒤치다꺼리 하던 때보다는  분이 계시니  맘이 놓입디다.  어딜 얼마나 꿰맨 거래요?”

옆구리를 찔려서 출혈이 컸지만 상처가 크진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말에 육광은 하얗게 질려서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그렇게 자세하게는 말씀 안해주셔도 돼요.  생각을 했더니 벌써부터 어지럽네.”

,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최윤은 그가   있는 가장 침착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무진 애를 써야 했다.


이번 부마자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윤화평 씨는 쓰러지기 전에 그에게도 하급령이 따라다닐 거라고 하더군요. 아직 빙의되었다는 확인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자입니다.”


최윤은  형사에게 받은 메모지를 육광에게 내밀었다. 육광은 의아해하면서도 곧장 그것을 받아들어 들여다 보았다.


…. 그런데요? 부탁하신다는 …?”

혹시 여길 찾아가서, 실제로 빙의자인지 확인을   주실  있겠습니까?”


어딘가에서 와하하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1 로비로 달려 들어온 아이들이 내는 소리일 것이다. 그리곤 너무나 갑자기 화평이 으음, 앓는 소리를 냈다. 그들 모두는 고개를 돌려 화평을 쳐다보았다. 윤화평은 미간을 찡그린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육광이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만졌다. “어허- 잡귀가 앉았거든 물러가고 원몽에 흉흉하거든 동녘 이리와 같이 건네오거라-.” 육광이 뭐라 중얼거리는지는 최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중얼거림은 흥얼거림 같기도 하고 귓속말 같기도 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화평이 잇새로 내던 앓는 소리가 고요해지고 그의 찌푸린  또한 반듯이 펴졌다는 것이다. 육광은 이마를 어루만지던 손을 거둬 그가 먹다  사과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최윤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폼은 심히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사제님이 날더러, 그러니까, 박수더러 가서 귀신을 확인하라는  그런 거죠, 그러니까?”


육광은 어색한 웃음을   물었다.


 원귀가 아니라면 당신 혼자서도 충분히 구마할  있다고 윤화평 씨가 그랬습니다.”

아니, 사제님은  하시고요?”

저는 어쩌다보니 며칠간 예식함을 가지고 다닐  없게 되었습니다.”

장엄구마예식에 쓰는, 그거 말씀이신가?”


윤은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고로 그만 부서졌습니다. 새로 장만하기 전까지는 의식을 쉬려고요.”


육광은 조금 충격받은 표정으로 윤을 쳐다보았다. 그는 아직까지도 사제로부터 구마를 부탁받았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같았다. 그의 눈동자가 누워 있는 화평에게, 그리고 여전히 멀거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윤에게로 데굴데굴 구른다.


이건 그럼 언제….”

급합니다. 가능하다면 바로 굿해야 됩니다.”


윤의 입에서  말이 빠져나왔을 , 참지 못하고 윤화평이 웃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순간  사람이 그를 쳐다보자 화평의 얼굴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육광에게는 지금 화평이 깨어 있는지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 바로요?”

, 지금 바로요. 혹시 박일도와 연관된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섣불리 행동하진 마시구요. 윤화평 씨가 감응하질 않았으니 그럴  같지는 않습니다만.”

허어, ….”

저희 교구에서 사례할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아니, , 부탁하시는데 가야죠.”


육광은 허허, 소리를 내곤 품에서 부채를 꺼내 쥐었다. 깊어가는 가을에도  부채는 언제나 육광이 소지하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그는 갑자기 부채를 윤에게 내밀었다.


저기, 이것  잠깐 읽어주실래요, 제가 영어를  읽어서.”


엉겁결에 부채를 받아든 최윤은 시선을 내려 부챗살 사이에 가득 쓰여 있는 문자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쳐다보아도 무슨 문자인지  수가 없었다. 그는 조금 멍한 표정으로 다시 육광을 돌아보았는데, 육광은 꽤나 수상한 포즈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 아니네. 영어가 아니라 한자구나, .  정신  보게.”


허허,  다시  웃음소리다.


그럼 바로 연락드릴 테니까 핸드폰이나  쳐다보고 계세요.”


그는 가볍게 목례를  보이고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걸어나갔다. 그가 병실 밖으로 나가자 윤은 어딘가 어지럽다는 생각을 했다. 희안한 사람이었다.


 어울리지 않게 거짓말은 하고 그래.”


화평이 누운  나지막이 말했다. 목이 심하게 잠겨 있었다.


 예식함, 신부님이 들어다 박살낸 거잖아. 봤어.”

언제부터 깨어 있었습니까?”

육광이 형이 자장가   .”

“…당신은 그걸 자장가라고 부릅니까?”


화평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입꼬리만 끌어당겨서 보일    웃었다.


 , 어떻게  거야. 홀렸던 거야?”


화평의 물음에 윤은 대답 없이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남은   개를 집어 다시 바구니에 집어 넣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병실은  다시 죽은 공간이 되어 있었다.


아뇨, 아닙니다.”

그럼  그랬어?”

어디까지 기억 납니까.”

어어…. 누가 앰뷸런스를 불렀어. 전화소리가 들리고….”


  화평은 천천히 눈을 떴다. 훤해진 이마에 얼굴이 더욱 멀겋다.


 부마자. 어떻게 됐어?”

 형사님은 감옥에 넣었다고 말하자고 하더군요.”


화평은 천장을 쳐다보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러나 윤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은 어차피 언제가 되었건 찾아내겠죠.  사람은 자살을 했습니다.”

“…눈을 찔러서?”

구마는 성공했습니다. 눈을 찌르진 않았어요.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옥상에서 뛰어내렸더군요. 유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그자가 아버지를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었구요.”

아아.”


화평은 다시 눈을 감았다. 숨을 커다랗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모습이 쓰라렸다.


그러게 내가 경찰 먼저 불러놓자니까.”

단순히 베란다로 향하는  막았더라면,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있었을까요.”


최윤은 곁에 놓인 수건을 집어 개었다. 손으로 무언갈 잡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였다. 이유는 저도 몰랐다.


수술한 곳은  어떻습니까?”

?  수술했어?”


화평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바로 몸을 일으키려다가, 꽥꽥대는 소리와 함께 다시 베개 위로 머리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최윤은 깜짝 놀라  손을 치켜들고는 화평을 내려보았다.


뭐하는 겁니까?”

아야야…. 어디를 수술했나 싶어서….”

옆구립니다, 조심  해요.”

아아, 가뜩이나 운전 못하는데 큰일났네.”

저한테 갚으시면 됩니다.”

뭐야, 신부님이  냈어?”


윤은 대답하지 않았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화평은 낑낑대며 상체를 일으키는 중이었다. 최윤은 그를 돕고 싶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그는 벌떡 일어나 미리 준비해뒀던 물병을 집어 왔다. 화평은 조금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물을 받아 들었다.


아까 그거, 분명히 잡귀야. 저번에  할머니 기억나지?”

압니다.”

그런데  굳이 육광이 형을 보내?”


화평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실은 하나도 재미있지 않을 것이다. 최윤은 그가 억지로 짓는 표정인지 뭔지 모를  기묘한 얼굴을 들여다보며, 칼이 반짝이던  순간을 떠올리고 있었다. 구마중,  칼은 갑자기 어딘가에서 나타나 부마자의 손에 들려 있었다. 빙의된 자들은 말로 설명할  없는 괴물 같은 힘을 보여주곤 한다. 최윤이 급히 손을 내뻗었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길영이  돌아보았고,  때에 윤화평은 귀신 같은 얼굴의 부마자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칼이 길영과   누구를 노렸는지는 지금도 확실치 않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더운 냄새와 함께 후두둑 떨어지던 핏방울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화평은 제 무릎으로 제 핏자국을 짓이기며 부마자를 내리 누르고 있었다. “어서!” 그가 소리칠 , 소름이 돋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마지막에서야 눈치챈 것이다. 부마자에게서 빠져나오는 ()  바닷물과 함께 흩뿌려지는 바로  바닥에, 윤화평은 핏구덩이를 만들고 쓰러져 있었다. 윤화평! 길영이 크게 외치고, 앰뷸런스를 부르고,  모든 것을  하는 동안 최윤은 화평의 뒤통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미 죽은 것이 분명하다. 온통 피였다. 죽었으리라. 아아, 죽은 것이다. 마태오 신부는 십자가를  자신의 손을 내려보았다. 최윤의 손에는 십자가가 들려 있지 않았다. 그저 검붉은  . 그는 분노에 사로잡혀 그것을 쨍그랑 소리가 나도록 던져 버렸다. 예식함이 그의  끝에 걸렸다. 닳고 닳은 손잡이의 나무 상자는 테이블에서 떨어져  소리와 함께 박살이 났다. 마태오…! 부르는 소리에 최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화평이 중얼거리는 소리였다. 최윤, 그러지 마…!


, ,  그래.”


문득 고개를 드니 화평이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육광이 형은  보내냐고.”

  없습니다.”


최윤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정말로 잠시 쉬려는 것뿐이에요.”

그래, 사람이 쉬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화평은 베개 위로 등을 기댔다. 옆구리가 눌렸는지 약한 신음 소리도 같이 났다. 그는 육광이 두고  과일 바구니로 손을 뻗으려다 말았다. 윤화평은 잠깐 한숨을 쉬었고, 나지막이 말했다.


앞으로 그러지마.”

무슨 소립니까.”

사람 죽는     ? 그런 때마다 일일이 휘둘리지 말라고.”

사람 죽는 일에  뒤집히는 당신이  소리는 아닌  같습니다.”

 니가 죽는 모습을 자주 .”


그렇게 말하는 화평을 다시금 쳐다보자, 그는 고개를 숙인 채였다.


너도,  형사님도. 가끔 할아버지도 나오고. 가장 자주 보는  엄마야. 가끔은 이게  눈인지, 누구 눈인지도  모르겠어. 버릇처럼 왼쪽 눈을 감아보면 그제야 잠에서 깼다는  알아.”


화평은 손을 내밀었다.  손엔 최윤의 붉은 묵주가 한가득 잡혀 있었다. 윤은 문득 그가 한참 이전부터 깨어 있었으리라는 아득한 생각에 급히 묵주를 받아 들었다.


  죽었잖아.”


화평은 말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마주해봤자 여전히 모를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바닷물을 토해내기라도 하지 않는다면. 최윤은 마치 기도라도 하듯  손을 모으고 침대 위에 고개를 묻었다.


, 신부님.   죽었다고. 괜찮다고.”

“…압니다.”

아무리 내가 걱정된다고 해도 그렇지. 사제가 그렇게 쉽게 십자가를 버리면 쓰나. 그걸로  벌어먹고 사는데.”

쉽게 목숨 버리려던 사람이  소리도 아니네요.”


그러자 화평은 처음으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죽었으니 됐잖아. 서로 작업 도구는  챙기자고.”

다시 누우세요. 최대한 빨리 치료받고 병실 빼는  좋을  같습니다.”

어이, 울어?”

“…기도 올리는 중입니다.  걸지 말아주세요.”

그래.”


화평은 천장을 쳐다보며 눈을 감았다.


살려줘서 고맙다. 이번엔 정말 죽을 뻔했네.”


이런 때일수록 정말로 사랑이, 믿음이 필요하다. 최윤은  손에 두른 묵주를 어루만지며, 이불에서 오르는  냄새를 맡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그는 윤화평을 구할  있을 것이다.  앞에 섰을 ,  앞에 몸을 던지기 전에 망설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무엇도 쉽게 버려선  된다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 죽음보다 낫다는 것을.


 온다. 어이, 신부. 일어나봐.”


화평은 상처 때문에 끙끙대며 몸을 뒤척였다.


여기에 이런  있으면 꿈자리가 뒤숭숭해. 이것  저기다 모아 .”


그렇게 말하며 화평이 베개 속에서 꺼낸 것은  움큼의 부적 덩어리였다. 최윤은 고개를 들어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사랑이네요.”


사랑이, 믿음이. 그는 중얼거렸다. 그러자 화평이    웃다가 꺽꺽대며 옆구리를 잡았다.


육광이 형이  아주 많이 좋아하긴 하지.”


윤화평은 그렇게 말하곤 갑자기  늙은 사람처럼 지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우리  신부만 하겠어?”

“…뭐라고 했습니까?”

갑자기 잠이  오네.”

한숨   둬요.”

 괜찮으니까, 정말 괜찮은데….”


화평은 중얼거렸다.


“…십자가는 계속 꺼내.”